마리수는 스피너, 대물은 그럽웜으로 바닥 긁어야 -쏘가리와의 비교를 통하여- 요즘 한창 꺽지낚시가 제철이다. 루어낚시에도 많은 장르가 생겼지만, 그중에서도 요즘 한창제철을 맞고 있는 꺽지낚시는 가장 선비적인 낚시가 아닐까 한다. 쏘가리의 경우 자칫 탐욕으로 흐르기 쉽고, 플라이가 다소 귀족적이라면 꺽지낚시는 낚싯대 한 대 달랑 들고 심산유곡 거닐면서 몇마리 낚아 올리면 누구라도 성이 차는, 그런 소탈한 성격 때문이다. 더구나 꺽지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 특산'인 것도 매력의 하나다.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사철 꺽지만을 벗하는 꺽지 매니아들과 지난 몇 해 동안 어울리며 챙겨뒀던 노하우 몇가지들이다.
쏘가리가 쉬운가, 꺽지가 쉬운가?
흔히 "꺽지만큼 낚기 쉬운 고기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한편은 맞는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다. 쏘가리는 철저히 바닥을 긁어야 하는 바닥낚시다. 때문에 처음 쏘가리낚시에 입문하게 되면 하루 종일 한 마리도 못잡고 애꿎은 루어만 40개, 50개씩 뜯기게 된다. 이에 비해 꺽지는 일단 개체수가 많아 입질확률이 그만큼 높은데다 비교적 얕은 수심의 계곡에서 낚시가 이뤄지므로 루어를 그다지 뜯기지 않는다. 또 루어가 살짝 바닥에서 떠올라도 비록 씨알은 잘아지지만 입질을 받아낼 수 있다. 따라서 처음 입문하는 단계에서는 분명 꺽지낚시가 쏘가리에 비해 쉽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꺽지낚시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게 된다. 쏘가리낚시는 열대여섯 번 정도 출조하고 나면 기본적인 테크닉을 마스터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테크닉보다는 누가 더 포인트를 많이 아느냐의 싸움이다. 즉 A라는 곳에 비가 내려 물색이 탁하면 B를 거쳐 C로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수량·물색·계절 등에 따라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공식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꺽지낚시는 열댓번을 쫓아다녀도, 또 아무리 포인트를 많이 알고 있어도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쏘가리의 경우 향산여울 어느 지점의 30m 전방에 잠겨있는 돌무더기를 노리면 어김없이 고기가 들어와 있을 때가 많지만, 꺽지는 똑같은 자리에 포인트가 고정되지 않는다. 수량에 따라 꺽지가 끊임없이 자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즉 지난 주 30마리를 낚아낸 자리라도 그 사이 비가 내려 수량이 불었거나, 가물어 물이 줄었다면 그 포인트는 거짓말처럼 증발되고 마는 것이다.
꺽지의 놀라운 학습력
이밖에 고기가 '사람 손을 탄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고기의 학습효과를 의미할 것이다. 고기의 학습효과도 쏘가리에 비해 꺽지가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쏘가리는 캐스팅 거리가 멀고 수심이 깊은데다 물속에 들어가지 않지만, 꺽지는 수심이 얕은데다 물속에 텀벙텀벙 들어갈 때가 많다. 특히 계곡마다 물놀이 인파가 들어차는 여름 시즌에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제대로 입질을 받아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만큼 꺽지가 놀라 은신처에서 꼼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루어에 대한 학습효과도 꺽지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2분의 1온스 짜리 스피너를 던지면서 몇마리 고기를 낚아내며 지나간 자리에서는 똑같은 32분의 1온스로는 거의 입질을 받아내지 못할 때가 많다. 이때는 루어를 무게나 형태, 색상을 교체해 주어야 하며, 포인트 탐색도 가까운 곳부터 먼곳으로 나아가야 마리수가 가능하다 또 루어를 던져 끌다보면 2마리 이상의 꺽지가 쫓아올 때가 많다. 이때 실력있게 1마리를 걸어냈다면 나머지 다른 한 마리는 입질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놈을 잡아보겠다고 죽치고 서서 미련을 가지기보다는 차라리 자리를 옮겨 새로운 포인트를 노리는 게 확률이 빠르다. 하지만 쏘가리는 한 자리에서 연달아 입질을 받아낼 때가 많다. 좁게 본다면 쏘가리가 보다 공격적이라고나 할까?
스피너냐? 글럽웜이냐? 스피너는 마리수, 웜은 씨알
흔히 스피너는 '꺽지 킬러'라 부른다. 그만큼 스피너에 꺽지가 잘 유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피너는 분명 입질이 빠르지만 굵은 씨알을 노릴 때는 글럽웜이 유리하다. 이는 굵은 씨알일수록 바닥을 노려야 하는데, 스피너는 구조적으로 바닥에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심이 깊은 곳에서라면 쏘가리낚시에서처럼 글럽웜을 이용해 철저히 바닥을 긁어주어야 한다. 참고로 웜 사용의 성패는 꼬리의 액션을 얼마나 살려내느냐와, 바닥을 끌면서 물속의 자갈이나 바위를 얼마나 적절히 부딪혀 주느냐에 달려 있다. 소음은 꺽지의 공격력을 증가시킨다.
이번 호에 실리는 서울꾼 성욱현씨가 점촌 영강에서 30cm, 32cm를 연달아 낚아낸 것도 역시 2인치 글럽웜이었다.
수초대 속에 꺽지 소굴? 자갈밭 위 말풀은 대물 급소
꺽지는 자갈이나 돌틈에 산다. 하지만 물속 수초대에서 굵은 씨알과 조우할 수도 있다. 대개 말풀과 같은 침수수초대가 되는데, 자세히 보면 수초대 밑에 자갈이나 바위가 형성돼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선 루어를 가라앉혀 액션을 크게 주어 물속의 바위 벽에 부딛혀 주면 굵은 씨알이 낚일 확률이 높다. 이에 비해 연안의 갈대밭에서는 주로 잔챙이가 살고, 루어를 뜯길 확률도 크다.
물살 공략법 하류에서 상류쪽으로 쳐라
계곡에는 항상 물살이 흐르는데, 꺽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물고기는 습성상 상류를 바라보고 있기마련이다. 따라서 물고기의 가시범위를 감안하여 하류에서 상류를 보고 루어를 캐스팅해야만 입질확률이 높다. 루어가 물살에 밀려 연안으로 밀려 가다가 각도가 꺽어지는 순간 입질이 집중된다.
기상과 입질 기압 상승할 때 꺽지 미쳐 날뛴다!
날이 흐려지거나 찌뿌드한 날 낚시를 해보변 분명 돌틈에 꺽지란 놈이 숨어 있건만 코앞에 루어를들이대도 꿈쩍을 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바탕 비가 쏟아지다가 해가 쨍쨍 나기 시작할때는 이와 정반대 현상이 목격된다. 루어를 슬슬 감아들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총알처럼 달려온 놈이 루어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기압이 상승할 때 나타난다.(낚시춘추 200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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