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오토캠핑을 위한 요리를 소개하라고요?”
한겨울에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엄동설한에 오토캠핑을 위한 요리를 소개해 달라는 월간山 편집부의 말을 듣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설산행을 위한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주문을 듣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에 가듯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거의 차를 가지고 다니는 얼음낚시꾼들에게도 필요한 요리가 있을 것 같았다. 캠핑이든 낚시든 모두 겨울산행처럼 혹한 속에서 이루어지는 아웃도어 활동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적당한 요리를 찾아보았다.
얼큰한 맛과 봄의 향기 맛볼 수 있는 메뉴
무엇을 하건, 어디를 가건 겨울에는 역시 얼큰하고 국물이 있는 요리가 적격인 것 같다. 과정도 복잡하면 안 될 것이다. 한겨울에 캠프장에서, 얼음 낚시터에서, 그리고 눈발 휘날리는 산을 누비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이번 달에는 냉이 장칼국수와 매운 돼지갈비찜 요리를 소개한다.
냉이 장칼국수는 비교적 간단한 재료와 쉬운 조리방법으로, 한겨울 추위를 녹일 것 같은 얼큰한 맛과 봄의 향기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메뉴다. 어떤 아웃도어 활동을 하건 약간의 물만 구할 수 있으면 조리할 수 있다.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낸다. 멸치는 보통 사용하는 국물용이 좋고, 다시마는 지하철표 크기로 잘라 두세 조각 준비하면 된다. 이것을 5~10분 끓이다가 국물이 우러나면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낸다.
그런 다음 된장을 풀고 한소끔 끓으면 생 칼국수 면을 넣는다. 생 칼국수 면은 웬만한 식료품점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면을 익힐 때는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줘야만 한다. 이것은 한 번 끓으면 확 넘치기 때문에 항상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면이 익기 직전에 냉이와 굴, 그리고 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불에서 내리기만 하면 요리는 완성이다. 산이 아니라면 바지락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데, 굴 대신 바지락을 쓸 경우 소금물에 넣어 어두운 곳에서 미리 해감을 시켜야 하고,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내면 바로 이것을 넣어야 한다.
냉이는 집에서 미리 씻어 물기를 빼서 가지고 다니면 된다. 고추를 너무 많이 넣으면 냉이의 향이 반감하기 때문에 적당히 넣는 것이 좋고, 따로 간장에 절인 고추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냉이와 굴은 너무 오래 끓이지 않도록 한다. 특히 굴은 오래 끓이면 질겨지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해물의 맛과 얼큰한 고추의 맛, 그리고 냉이의 향기가 잘 조화된 이 요리는 아마 어디서나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리법도 간단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아 눈 속에 파묻힌 텐트 속에서나 칼바람이 매서운 강가에서 먹기 좋다.
냉이는 들이나 밭에서 자라는 겨자과의 2년초식물이다. 나생이 또는 나숭게라고도 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의 온대지방에 분포한다. 어린 순과 잎은 뿌리와 더불어 이른봄을 장식하는 나물이다. 냉이국은 뿌리를 함께 넣어야 참다운 맛이 나며, 데워서 우려낸 것을 잘게 썰어 나물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옛날부터 냉이를 많이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 하여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냉이국을 끓여 먹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냉이 꽃을 따서 이불 밑에 넣고 자면 그 해 벼룩이 없어지고, 삼월 삼짇날에 냉이를 캐다가 마루 밑에 두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등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냉이가 봄을 상징한다면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이것의 높은 영양과 맛에도 불구하고 아무 때나 함부로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고, 영국에는 ‘R자가 없는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싱싱함을 생명으로 하는 굴은 그만큼 상하기 쉽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하면 쉽게 부패한다. 그러니 2월이야말로 굴을 먹기에 적기인 셈이다. 굴은 신선도를 중점으로 해서 살아있는 것을 잘 골라야 한다. 보통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은 껍질을 깐 상태인데 포장된 상태로는 굴을 직접 만져 보지 못하기 때문에 빛깔로 판별해야 된다. 빛깔이 밝고 선명하고, 색깔은 유백색이며 광택이 있어야 싱싱한 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알 굴은 오돌토돌하고 손으로 눌러보아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육질이 희끄무레하고 퍼져 있는 것은 오래된 것으로 소금물에 불려 담겨서 싱싱한 것처럼 판매하는 것이니 잘 살펴서 사야 한다. 보관할 때에는 10℃ 이하의 소금물에서 6일 이상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냉이 장칼국수
△재료(1,764kcal?3인분)
냉이 300g, 굴(또는 바지락) 300g, 생칼국수면 600g, 된장 1큰술, 멸치 큰 것 5마리, 다시마 약간, 청양고추 2개, 소금, 후추 약간.
△만들기
1 굴은 먹기 직전 한 번 씻고, 냉이는 미리 손질해 놓는다. 굴 대신 바지락을 쓸 경우 소금물에 넣어 어두운 곳에서 해감을 시킨다.
2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어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낸다.
3 된장을 풀고 한소끔 끓으면 생칼국수면을 넣는다.
4 면을 익힐 때는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준다.
5 면이 익기 직전에 냉이와 고추, 그리고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 후 불에서 내린다.
돼지갈비찜은 한겨울 아웃도어 최고 요리
냉이 장칼국수가 봄의 향기와 겨울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매운 돼지갈비찜은 한겨울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캠핑요리의 진수일 것이다. 재료가 많고 조리과정이 복잡해 보이지만 집에서 꼼꼼히 준비만 하면 의외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 이것을 요리하는 핵심 포인트는 조리도구로 압력밥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통 집에서 쓰는 압력밥솥을 그냥 준비하면 되는데, 비록 아웃도어에서는 낯선 도구지만 일단 이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캠핑이나 산행시에 필수품이 될 정도로 효용가치가 높은 도구다. 부피나 무게가 만만치 않지만 더치 오븐(Dutch Oven)을 들고 다니는 노력의 1/3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그 활용도는 더치 오븐의 3배가 넘을 것이다. 더구나 모닥불을 지펴야 제대로 사용이 가능한 그것과 달리 이것은 일반 야외용 버너에 바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
모든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조리를 시작해 보자. 우선 돼지갈비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야하는데, 집에서 미리 핏물을 제거한 다음 한 번 살짝 삶아서 준비하면 좋다. 양념은 재료를 모두 섞어 양파 채 썬 것에 물 1컵을 부어 잘 섞어 놓는다. 조리하기 전 핏물 뺀 돼지갈비에 양념장을 섞어 한나절 재워두면 양념이 잘 배인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재워둔 갈비를 압력밥솥에 넣고 밥을 하듯이 요리하기만 하면 된다. 단지, 전체 재료의 양이 밥솥의 2/3가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파 같은 채소는 열이 가해지면 부피가 많이 줄어들지만 고기나 양념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밥솥에서 칙칙 소리가 나며 김이 솟으면 불을 끄고 뜸을 들이면 되는데, 이 때 보조밸브를 열지 말고 10분 정도 뜸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뚜껑을 열고 고기가 다 익었는지 확인한 다음 새송이버섯을 썰어 넣고, 양념이 베일 정도만 살짝 익힌 후 불에서 내리면 요리는 완성이다.
이것 특유의 향과 맛은 정말 한겨울 아웃도어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요리라 할 수 있다. 술안주든 밥반찬이든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고, 얼큰한 국물과 담백한 고기 맛은 싫어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심지어 치아가 약한 사람들도 푹 익은 맛에 반할 것이다.
아웃도어에서 압력밥솥을 사용하는 것만큼 유용한 것도 없지만, 이것에도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뚜껑에 덮는 꼭지다. 이 보잘것없이 무거운 꼭지는 어디 끼우거나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리할 때 그냥 뚜껑 위에 올려놓는 것이지만, 이것이 없으면 제아무리 훌륭한 압력밥솥이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을 잃어버리거나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없이는 압력밥솥을 가지고 다니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주머니 속에 깊이 넣어 다니든지 여분으로 몇 개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필자가 소속해 있는 산악회의 식사당번은 일년 내내 압력밥솥을 가지고 다녔다. 좀 무겁고 부피가 크지만 효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한 사람만 고생하면 팀 전체가 편하다는 명분 아래 식사당번이 고생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다니면 모든 회비와 공동장비가 면제되기 때문에 이로운 점도 많았다.
어느 겨울 포천 운악산 무지개폭포 아래에서 야영할 때였다. 밤새 고양이가 다녀갔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야영터 주변이 엉망이었다. 이 놈이 쓰레기통을 뒤졌는지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고 압력밥솥도 옆으로 누워 뚜껑이 열려 있었다. 술에 취해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고 잤던 것이다. 당시 식사당번은 필자였는데 아침을 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이 문제의 압력밥솥 뚜껑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눈 덮인 야영터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회원들에게 고양이 탓을 했지만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것을 신주 모시듯 관리하라 했는데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벌로 왕복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에 내려가 술과 라면을 사와야만 했다. 물론 준비해간 요리는 모두 해먹지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뜻밖의 곳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세탁기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서비스맨을 부르셨는데, 그가 세탁기 안에서 이것을 찾아냈다. 그 날 술에 취해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매운 돼지갈비찜
△재료(3,530kcal?3인분)
돼지갈비찜용으로 썬 것 1kg, 새송이버섯 3개, 양파 2개, 고춧가루 한 큰술, 마늘 다진 것 한 큰술, 파 다진 것 한 큰술, 생강 다진 것 한 작은 술, 진간장 1 큰술, 맛술 약간, 케첩 약간, 꿀 약간, 참기름 약간, 인스턴트커피 약간.
△만들기
1. 돼지갈비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2 각종 양념과 양파 채 썬 것에 물 1컵을 부어 잘 섞어둔다(간을 보며 입맛에 맞게 양념 가감).
3 핏물 뺀 돼지갈비에 양념장을 섞어 한나절 재워둔다.
4 재워둔 갈비를 중간 불에서 1시간 정도 끓인다.
5 새송이버섯을 썰어 넣고 양념이 배일 정도만 살짝 익힌 후 불에서 내린다.
월간산
글 한형석 한국산서회 회원 hshan@kolon.com
푸드스타일링 김보현 주한튀니지대사관 조리사 beaubo@hotmail.com
영양가 자문 김소영 영양사 ksy0946@hotmail.com
사진 허재성 기자 heophot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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